[반박] 디지털 노마드라는 거짓말 +

디지털 노마드에 관한 재미난 글을 발견했습니다. 스타트업 관련 강연과 글을 쓰는 뮌헨 출신의 블로거 얀 지라드가 쓴 The digital nomad lie김종욱 블로그에서 번역한 번역문을 읽었습니다. 원문을 먼저 읽어 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윗 글의 요지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생활방식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환상인지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공감 가는 부분도 있지만 반박하고 싶은 부분도 있기에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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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에 앞서 내 소개를 먼저 해야겠다. 나는 2014년 3월까지 베를린에서 살던 집을 정리하고 배낭을 메고 나와서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니면서 일을 하며 여행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디지털 노마드’이다. 현재까지 이스탄불과 동유럽, 발칸반도, 팔레스티안등에서 머물렀고 대부분 한 나라에서 석 달 미만씩만 체류했다. 현재는 이동을 잠시 멈추고 이집트에서 1년째 거주 중이다. 직업은 예술가이고 사진 & 영상 촬영과 편집, 웹사이트 제작 등을 해서 돈을 벌고 있다. 나는 어쨌든 2년간 디지털 노마드로 생활하고 있고 앞으로도 최소 1년 이상은 이렇게 더 지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환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지난 몇 달 내가 거쳐간 곳은 태국, 미얀마, 베트남,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였다. 이런 멋진 장소들을 찾아다니는 동안, 나는 시간이 꽤 걸리는 새로운 작업들과 함께 다른 모든 업무들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무척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배운 것은, 여행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시에 무언가를 창조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 얀 지라드, 출처: 김종욱 블로그

# 업무와 여행

기본적으로 여행과 일을 병행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에는 절대 공감한다. 나는 여러 차례 휴양지의 다인실 호스텔에서 머물며 컴퓨터로 밀린 일을 처리해야만 했을 때 차라리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인형 눈알을 끼우거나 밭에서 감자를 캐는 일을 하는 편이 더 마음 편할 거라고 투덜댔다.

그러나 처음의 혼란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일과 여행을 적절히 안배하고 시간과 장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많은 문제를 해결했다. 핵심은 일과 여행을 병치해서 놓는 게 아니라 분리해서 배분하면 생각보다 쉽게 둘의 병행이 가능하다. 가령 나 같은 경우 아침 식사 전까지는 전날 온 이메일에 응답하고 해변에 가서 수영을 한두 시간씩 한다거나 한다. 저녁에 파티에 가야 한다면 그전까지 해야 할 일들을 집중적으로 처리하고 놀러 가서는 미친 듯 논다. 혹은 주 중에는 일만 하고 주말에는 여행만 하는 생활도 가능하다. 또는 일이 좀 한가할 때는 호스텔에 묵으며 여행객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바쁠 때는 하우스를 렌트 해서 집 안에서 일만 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을 창조하는 일이 여행과 병행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여기 여행을 통해 그의 예술 작업의 큰 성취를 이뤄낸 몇 명의 예가 있다.

  • 폴 고갱은 그가 나고 자란 프랑스 파리를 떠나 남태평양의 타히타 섬에 거주하는 2년 동안 자신의 그림 스타일을 완성했다.
  • 모차르트는 6살 때부터 10년가량을 연주여행을 다녔다. 그 기간 동안 유럽의 다양한 음악가들을 만나고 당대의 유행하는 음악을 접할 수 있었고 그것은 그의 음악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 앙드레 지드는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와서 <팔뤼드>, <지상의 양식>, <배덕자> 등을 출판했다.
  • 에릭 호퍼는 길 위에서의 떠돌이 생활 중에 그의 철학을 완성 시켰다.

반면에 자기가 태어난 도시인 쾨니히스 부르크를 평생 벗어나지 않고 위대한 성과를 낸 칸트 같은 사람도 물론 엄청 많다.

사실 떠돌아다니는 유목생활은 당연히 안정된 정착 생활보다 인생에서 큰 성취를 만드는 게 더 어렵다. 그건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일이다. 유목생활에 대한 어려움은 유목민으로 산다는 것이스탄불을 떠나며를 통해 좀더 상세히 써 두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여행이나 떠돌이 생활을 통해서 인간이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건 여행 그 자체보다는 여행으로 주어지는 사색의 시간에 있다. 다시 말해 사색하지 못 한다면 아무리 세상을 많이 돌아다닐지라도 그냥(많이 돌아다닌) 한 마리 원숭이일 뿐이다. 그 말은 다시 정착민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색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안락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더라도 그냥(최신형 핸드폰을 쓰는) 한 마리 원숭이다.

핵심은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에 반응하고 작용하는 자세에 있다.

# 아이디어와 창의성

그럼 대체 아이디어와 창의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이미 많은 과학자들이 서로 다른 연구에서 상반된 답을 내놓았다.

그것은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가능하고 일상의 편안함 속에서도 가능하다.
해 질 녘 공원 산책에도 있고 이른 아침 해변가에도 있다.
시끄러운 커피숍에서도 찾을 수 있고 고요한 산속 수도원에서도 얻을 수 있다.

낯설고 혼잡한 상황은 그 자체가 에너지의 집합이다. 그것은 창의로 발현되어 새로움을 만들 수도 있고 혼돈과 무질서로 당신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의 일이 무언가 잘 안 풀릴 때는 혼돈과 고요,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이 서로 무규칙적으로 섞여 있거나 혹은 익숙하지 않은 그 상황을 당신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함으로 그것을 활용하지 못 했을 경우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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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고양이 마저도 일을 방해한다. 2014 이스탄불

나 역시도 낯선 곳보다 익숙하고 시끄러운 곳보다 조용한 저녁에 혼자 작업하는 걸 즐긴다. 정말 때로는 그게 아니면 아무것도 못 하거나 능률이 확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스탄불의 그 혼잡한 스타벅스에서 화장실 한번 가고 5시간씩 앉아서 일 한 적도 있고 40도가 넘는 이집트 해변 카페에서 수 시간씩 앉아서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한 작업 결과물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

나는 야행성 동물인 고양이가 대낮에는 쥐를 못 잡는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물론 고양이는 밤에 더 활동적이고 효율적이겠지만 고양이의 능력이 낮과 밤에 따라서 달라지진 않듯이 당신의 능력도 때와 장소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다. 순간 어리버리가 될 뿐이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열풍, 이건 당신에게 꿈을 팔아서 지갑을 채우는 사람들이 부추기는 것이다. 끝내주는 삶, 디지털 노마드라는 꿈! 그러니까, 성공적인 디지털 노마드족 한 명만 나에게 소개해달라. 단, 그 사람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홍보하고 뭔가 팔려는 사람 이어 선 안 된다. 자유 패키지, 세상을 바꾸기 위한 인터넷 강의, 무슨무슨 디지털 노마드 컨퍼런스 티켓, 다 안 된다. – 얀 지라드, 출처: 김종욱 블로그

# 성공적인 디지털 노마드족
나 역시도 이런 삶의 방식이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다.
한 달 전부터 쓰기 시작한 이 블로그 글의 절반은 나의 실수와 좌절에 대한 고백이었다. 효율 면에서 보면 분명 정착생활보다 많은 부분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일례로 나의 수입은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일의 완성도는 상황에 많이 지배받아서 들쑥날쑥하였다.

그래서 기준을 일에 둔다면 나의 노마드 라이프는 실패에 더 가깝다.
그러나 기준을 여행에 둔다면 평가는 달라질 거다.

# 외로움, 고립, 루틴, 프리랜서로 먹고살기

그 외에 외로움이나 루틴, 프리랜서로 먹고살기 등 대부분 내용에 공감한다. 계속 얘기했듯이 노마드 라이프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그것이 모두 미디어가 만든 허구라고 결론짓는 것은 너무 성급해 보인다. 한 사람의 생활리듬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기엔 당신이 경험한 석 달 반이란 기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P.S. 그리고 해변가에서 일하며 여행했던 경험은 내겐 더없이 끝내주는 일이었다. 물론 습한 열대지방을 여행했던 당신은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Comments ( 7 )
  • 김종욱 says:

    경험자의 또 다른 글이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

    • 노매드KJ says: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 글을 읽고 공감이 가면서도 뭔가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급히 써 봤습니다. 조금더 생각을 다듬어서 다시 제대로 써봐야겠네요.

  • 이상진 says: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동경하고 저도 역시 그렇게 하려고 하지만, 문제는 금전적인부분때문에 어떤 일을 배워야 제가 원격 근무로 버틸수가 있어 고민입니다. 한국에서는 이에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 참 아쉽습니다. 혹시 조언 좀 구할 수 있을까요?

    • 노마드KJ says:

      글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노마드 라이프를 위해서 제 직업을 정한게 아니고 우연히 제가 하는 일들이 장소에 구애없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짐싸서 나온 스타일이라 이상진님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온라인 프리랜서 사이트에 올라오는 종류의 기술이 있다면 비교적 쉽게 프리랜서든 원격 근무 직원이든 일을 하실 수 있을테고요, 전화나 메일로만 관리해도 되는 직종이나(그런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 사업자도 원격근무에 유리할거라 생각듭니다. 물론 임대사업자나 저작권 기반으로 생활 가능한 창작자들이야 걱정할게 없겠죠.

  • 임종민 says: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사람들이 꿈꾸는 삶이지만 자신의 직종과 성향에따라 잘 생각해보고 도전해야겠네요.

  • WholesomeNomad says:

    안녕하세요. 감사드립니다. 최근들어 글쓰기를 시작하고, Miracle morning for writer, 책쓰기나 블로그를 통해 여행 자금이나 돈을 마련하는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의 삶이 어렵다는 생각에 떠나오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요리를 통해 하려고 했으나 지금을 소통하는게 좋아 글쓰고 이야기하는데에 신경쓰기 시작하네요. 매일매일 책을 읽고 공부하고 어떻게 수익을 얻어낼 수 있나, 내 즐거움인 세상과의 소통과 돈을 어떻게 연관지어 살아갈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반박하셨던 본문에서 넘어왔습니다. 글 재미있고 계속 많은 생각들을 읽고 싶습니다. 한국 내에서, 디지털 관련 업종에서 일하신 분들이 아니시라면 저처럼 수익을 내기 좀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런 부분으로 참 고민입니다. 아무튼, 아마존 이북이라던가, 교보문고 퍼플쪽도 나왔고, 그쪽 글쓰기와 관련되어 자기만의 특기가 있는 글을 써내는 쪽으로 활발해진다면, 딱히 디지털 기술이 없더라도 어딜 가든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생각이 모호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무튼 자주 들어와서 좋은 아이디어 얻어갈게요. 감사드려요 ^^

  • billy says:

    진심이 우러나는 경험담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도 디지털노마드를 실행하기위한 과정에 있는데요. 그 단어가 거창하지않은 ,현실화되어 많은사람들이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그날이 올거라 기대해보며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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